배꼽빠진하마 · 2개월, 2주 전
후쿠오카는 처음 가봤는데, 낮이랑 밤의 결이 참 묘하게 다르더라고요ㅎㅎ 처음엔 그냥 깔끔하고 정돈된 대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골목골목 걸어보니까 이 도시 특유의 일상적인 밀도 같은 게 슬쩍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하카타역 근처였나, 거대한 소화전 표지판 아래로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을 때는 대도시 특유의 활기가 훅 끼치더라고요. 그러다가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빌딩 숲 사이에 낡고 아기자기한 간판들이 툭 얹어져 있어서 걷는 재미가 있었어요.

도심 한복판인데도 가로수가 울창해서 낮게 깔린 햇살이랑 초록색 음영이 섞이는 풍경도 참 정갈해 보였고, 가죽 백팩 메고 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는 '여기 사람들도 우리랑 비슷하게 치열하게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자전거랑 보행자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낮의 골목길은 뭐랄까, 여행자의 긴장감을 슬며시 녹여주는 정겨움이 있더라고요.

근데 밤이 되니까 도시 온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게 참 신기했어요. 패밀리마트 초록 불빛이랑 선술집 붉은 등이 하나둘 켜지는데, 퇴근길에 가볍게 한잔하러 가는 사람들 표정이 낮보다 훨씬 사람 냄새 나 보였다고 할까.

세로로 길게 뻗은 간판들 사이로 퇴근하는 직장인들이랑 밤 산책 나온 가족들이 뒤섞여 걷는 걸 보니까, 낮의 후쿠오카가 단정한 비즈니스였다면 밤은 완연한 삶 그 자체인 것 같았어요.

편의점 불빛이랑 신호등 빨간 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 서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그냥 이 도시의 낮과 밤의 경계 속에서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가만히 관찰하는 게 저한테는 이번 첫 여행의 진짜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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